페니실린 발견과 추출 3부 (마지막) by 피폭빌런

+ 원래는 5부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너무 군더더기가 많아질까봐 3부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지난 이야기 요약>

레이스트릭 팀은 플레밍이 쓴 논문에 틀린게 너무 많아서 고치다가, 하라는 페니실린 연구는 안하고 엉뚱한 크리소게닌 연구만 하다 팀원의 교통사고와 직장 이직으로 공중분해되고, 로저 R. 레이드 박사는 5년간 개인적으로 연구하다가 포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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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등장하는 인물은 루이스 홀트 박사(Lewis Holt) 입니다. 어린 나이에 화학자가 된 나름 천재였죠. 이사람도 아무리 사진을 찾으려고 해봐도 없네요 허허 이사람은 성공하냐고요? 아니요 또 실패합니다

여튼 홀트 박사는 1934년에 성 마리아 병원(1부에서 플레밍이 처음 일하던 곳)에서 일하게 됩니다. 홀트 박사가 마음에 들었던 플레밍은 페니실린 추출 연구를 맡아보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플레밍의 조수인 리들리와 크래독의 발견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아마 자기가 연구를 한거 자체를 까먹어 버렸나 봅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성 마리아 병원>

홀트 박사아밀 아세테이트(Amyl acetate)라는 액체를 이용해 페니실린을 추출해 내려고 했습니다. 이 액체는 페니실린은 녹이지만 물과는 섞이지 않아서 분별 깔대기를 이용하면 쉽게 추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 아밀 아세테이트는 바나나와 사과를 섞은 향이 난다고 합니다. 그냥 신기해서 적어 봤어요


<아밀 아세테이트>


<분별 깔대기 원리>

그런데 이번에도 분별 깔대기를 사용해서 분리하고, 건조시켜 보니까 다 분해되서 없어져 버렸습니다. 다른 과학자들과는 달리 이 홀트 박사는 몇주만에 악에 받혀 포기해 버립니다. 지켜보던 플레밍도 더 부추기지 않아서 이 계획도 무산되어 버립니다.

제대로 된 성공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하워드 월터 플로리와 언스트 체인이 해냈습니다. 이제야 사진이 좀 나오네요. 최초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하워드 월터 플로리>

<언스트 체인>


이 사람들은 1922년부터 플레밍의 밑에서 같이 라이소자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라이소자임은 눈물, 콧물 등에 들어있는 일종의 항생물질로, 실험 도중 "단구균의 세포벽을 녹인다" 는 것을 알게 되고 이때부터 둘이 항생물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근데 하필 먼저 시작한 물질이 별 효능은 없는 Pyocynase라는 물질이었고, 페니실린은 한참 나중에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연구를 하던 중 체인플로리는 의견 충돌로 인해 사이가 나빠지게 됩니다. 후에 체인 이 회상하기로는, "둘이 서로한테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서 사무실 벽이 울릴 정도였다"는군요. 후에는 더 심해져서 서로 쪽지로만 대화를 하기까지 합니다.

그때쯤, 플로리는 자기가 사용하던 연구실이 빚을 져서 돈이 궁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싶은 연구는 그만두고, 연구비를 조달할 만한 연구를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페니실린 추출이었습니다! 그래요, 결국 다 돈 때문이었어요!

처음에는 대학에 연구비 신청을 했는데 거절당합니다. 그 다음은 영욱 의학연구심의회에도 지원을 요청했으나 또 거절당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록펠러 재단(!)에 신청을 했는데, 이때 대박이 터집니다. 록펠러 재단에서 연구비 지원을 승인하고, 9000파운드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이걸 지금 원화로 환산하면 약 8억(!)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이후부터 플로리의 친구들은 플로리를 "고속 상금 털이법(Academic HIghway Robber)"이라고 부러움 섞인 별명을 붙여 주었다고 합니다.

시험관 하나도 마음 놓고 못 사던 플로리는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어 마음 놓고 페니실린 추출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가 사용한 방법은 다른 과학자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약산성을 띈 상태에서 에테르 등의 용매로 추출하고, 다시 물로 되돌리는거죠. 하지만, 모든 과정을 0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시도하게 됩니다. 온도에 굉장히 민감했던 페니실린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더 많이 추출되었고, 플로리는 마지막 건조 방법도 가장 차가운, 동결 건조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동결 건조는 쉽게 말해서 얼어있는 액체를 그 차가운 온도를 유지시킨 상태에서 진공펌프로 빨아들여 건조시키는 방법입니다. 요새는 인스턴트 커피 만들때나 이용되지만, 당시에는 나름 최신 기술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것은 갈색 가루 형태의 페니실린이었습니다. 보기에는 순수하지 않아 보여도, 100만분의 1 비율로 물에 희석되어도 항생 작용을 보이는 이 가루는 후에 플로리체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게 됩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추출한 건 플로리체인 이었지만, 앞에서 나왔던 플레밍, 리들리, 크래독, 레이스트릭, 클러터벅, 로벨, 찰스, 레이드, 홀트, 그리고 여기 적히지 않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만든 산물이기에, 플로리체인 만큼 이사람들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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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중간에 더 많은 과학자들의 수고와 실패를 넣으려고 했는데, 일단 제목이 "발견과 추출" 이니까 이쯤 하죠!

+ 궁금한거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덧글

  • @ 2017/12/29 03:04 # 삭제 답글

    지금도 개인 연구원이 덩치 큰 기관에서 연구비 타낼 수 있나요?
  • 피폭빌런 2017/12/29 10:01 # 답글

    ㄴ아직도 록펠러 재단은 남아 있지만(https://www.rockefellerfoundation.org/), 주로 국가적 지원 형식만 가지고 있는 거 보니까 다른데도 별반 다를 건 없어 보입니다. 아마 요새는 다들 자기 "밑" 에서 일을 시키고 싶어하지, 지원은 안하는것 같네요.
  • @ 2017/12/29 13:20 # 삭제 답글

    화학 공돌이 추출 머신에 쳐 넣고 갈아버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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